고향에 방문했더니 어머님께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아버님 유품을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만년필인것 같다고 해서 살펴보았더니 파카51이었습니다.
오래 전 아버님이 경찰서에서 수사하시면서 사용하시던 파카21은 아버님 돌아가신 후 ‘펜후드’의 ‘파카51’님으로부터 점검을 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록 파카 51의 짝퉁버전인 파카21이었지만, 제게는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하나뿐인 물건이기에 소중할 따름이었지요.

그런데 올해 명절, 고향에서 아버님이 소장하셨던 진품 파카51을 발견한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버님께서 저와 제동생을 안방으로 오라고 하셔서는 파카51을 보여주셨습니다.
‘네가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 펜을 네게 주겠다.’라고 하셨지요.
당시에 만년필은 고가의 필기도구였습니다.
아버지가 결혼하시던 무렵에는 파카 51이 혼수용품으로 목록에 올라가던 시절이었습니다.
파카 51이 한국에서도 꽤 고가의 물건이었기에, 저렴한 파카 21 만년필을 수입하여 와이셔츠나 양복 주머니에 꽂고 다니며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아껴쓰시던 펜이었기에 거의 가보급으로 보관하고 계셨고 아들 둘에게 그 펜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셨던 것입니다.
그러시던 아버님은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은 강력계 형사반장이셨습니다.
강력계 형사의 평균수명이 짧다고들 하던데…알고보니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아버님은 당시 강력계 형사들의 평균수명만 사신 셈입니다.
아마도 잦은 야근, 불규칙한 식사,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아버님은 워낙 운동을 즐겨하셨기에 유도 3단이셨고, 젊었을 때 마아추어 복싱도 하셨던 분입니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어 하셨던 분이기에 가족들의 충격은 말할수 없이 컸더랬습니다.
이후 유품을 정리하였는데, 어렸을 적 제게 보여주셨던 파카51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회사에서 업무할 때 사용하셨던 파카21만 유품정리하면서 제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딱 한번 보았던 아버님의 파카 51은 세월이 한참 흐른뒤 마침내 재회를 하게 된 것입니다.

파카 51은 전형적인 후디드 닙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잉크마름에 강하고 필기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필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입니다.

루뻬로 후드부근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실사용 하셨는지 스크래치가 자글자글 하네요.

기대했던 4time 필러입니다.
에어로매트릭 필러가 초기에 나온 4time과 후기에 나온 6time으로 나뉘어지는데, 초기에 나온 4time 필러가 훨씬 내구성이 좋고 현재도 실사용하는 분들이 많은 필러라고 합니다.
6time 필러는 내구성 문제가 좀 있다고 하네요.

미국산이라고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요즘 파카펜은 유럽에서도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래된 제품이다보니 쥬얼 부근이 녹이 슬었습니다.
쥬얼도 들떠 있네요.
수리를 할까 캡을 바꿀까 아니면 보존만 잘 해 둘까 고민 중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아버님의 만년필인만큼 그대로 보존할 예정입니다.

파카펜의 상징인 화살촉 클립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화살촉 클립을 보면 파카펜이라는 것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카51’ 님이 진품으로 확인해 주신 옥색 파카51과 이번에 득템한 아버님의 유품 파카51 만년필을 나란히 놓아 보았습니다.
캡의크기, 모양, 쥬얼모양, 4time 필러 채용 등 모든 것이 동일합니다.
옥색 파카 51 만년필의 경우 ‘파카51’ 님께 얘기해서 진품 파카 51 만년필을 한자루 구매했습니다.
파카 51 만년필은 이베이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워낙 오래된 제품이니만큼 캡과 배럴이 제 짝인 경우가 드뭅니다.
심지어 닙파트도 부속을 조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치이면서도 완벽한 성능을 개런티하는 제품을 찾아내기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파카51’ 님께 부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유품을 함부로 굴리는 것도 어려웠기에 진품 파카 51 만년필을 맘껏 써보고자 한자루 더 들여보았습니다.

얼핏보면 깨끗하지만 스크래치는 자글자글 합니다.
아버님의 만년필도 스크래치가 많아서 연마제를 살짝 사용해 보았습니다만 완벽하게 스크래치를 제거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여전히 내게는 소중한 아버님의 유품입니다.
낙서를 즐기셨다는 아버님, 당시의 낙서는 한자로 쓰는 낙서인지라…역시 유품으로 간직하고 있는 경찰수첩에는 당시의 낙서가 가득합니다.
저도 오늘밤에는 낙서를 즐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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